칼럼번호 76  등록일 : 2005-03-09 오후 6:50:08

죠슈아의 볼펜선물
글 : 허신영 ()

얼마전 학교에서 돌아온 죠슈아가 선생님께 펜을 선물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니 엄마가 펜을 포장해서 “우리 아들 잘 보살펴줘서 고맙습니다” 라고 편지를 써

펜 선물과 함께 주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했다.


난 애들 담임선생님에게 작은 쵸콜렛 상자정도를 선물하곤 했었지만, 그래도 펜을 선물하고 싶다는 죠슈아 말을 들으니 몽블랑이나 크로스 같은 꽤 이름있는 펜을 사야하나 하고 떠올리고 있었다.


죠슈아는 다음날 그 선물을 선생님께 주고 싶다고 했다.

난 선물할만한 펜이 없으니 다음에 타운에 가는 날 사서 주겠다고 했다.

죠슈아는 이미 자기에게 펜이 있다고 했다.

책가방 필통속에 있다고 가지러 나가는 엉덩이가 이쁘다.

정말 죠슈아는 볼펜 한자루를 가져왔다.

일반 볼펜보다는 도톰한 볼펜이지만, 예전 우리나라 지하철에서 돈 천원에 온갖 것 다 주면서 덤으로 하나 더 끼어주는 그런 볼펜이 생각났다.

“왜 이 볼펜을 선생님께 주고싶은데?” 라고 물었다.

“난 우리 선생님이 좋아. 이 볼펜을 선생님이 갖았으면 좋겠어. 볼펜을 받고 좋아하실테니까...”


선생님께 드리는 선물은 항상 값나가는 선물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배어나오려다 죠슈아가 가져온 지하철 덤 같은 볼펜이 나를 제정신이 들게했다. 또 한편은, 하찮은 선물이라 석연찮기도 했지만 역시 죠슈아가 주는 선물이기에 나도 덜 부담스러웠다.


죠슈아의 요청대로 당장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콘웨이 선생님에게] 까지는 냉큼 써 냈지만, 그 다음말이 난감했다.

건강한지 뭐 안부라도 묻는척 하고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마침, 몇 달 전, 그가 다리가 아파 병원에 입원했던 것을 기억했다.

많은 학부모들이 병원까지 방문하고 또 빨리 회복하라는 카드와 선물을 보냈다고 했건만 정작 내 아이 담임선생님인 그에게 난 한마디도 건네지 못한 무심함을 보인 빵점 학부모였었다. 그가 교장선생님이니 전교 학부모들 대부분이 안부를 물었던 듯 싶다.

그냥 지나쳤음 차라리 구렁이 담 넘어가듯 슬쩍 넘기고 말았을껄....

그 선생님이 퇴원해서 복직한 이후 나를 포함한 모든 학부모님들에게 편지를 보내왔다.

[그동안 내가 병원에 있을때 회복되기를 염려하며 꽃과 카드로 마음을 전해 주신 부모님들 감사합니다]라는 내용이었다.

난 아무것도 주지 못했는데, 오히려 고맙다는 인사를 받았으니 여간 미안한 일이 아니었던 기억이 났다.

그렇다고 나중에서야 잊고 있었다는 듯 뭘 주기도 모양새 없는 일일 것이다.


여차여차하여, 이 볼펜선물은 그때의 무심함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으며, 안부인사감 소재로는 그만이었다.

영어로 작문을 하다보면 대충 넘어가는 문장이 없다. 하나하나 정확한 뜻과 뒷받침을 해서 전달해야 하므로 그 다리가 사고로 발생한 거였는지, 아님 그냥 생긴 병이었는지를 명시해서 물어야 할 것 같았다.

“죠슈아! 선생님 다리가 사고로 다친거였니? 아님 그냥 아팠던거였니?”

“나도 몰라. 그냥 다리 다 나았냐고만 물어보면 되잖아. 사고였는지 뭐였는지 따로 물어보지 말구”

난 녀석의 대답에 웃음을 내뱉으며 꾸역꾸역 문장을 역어나가기 시작했다.

[콘웨이 선생님에게.

안녕하세요.

이제 다리는 완전히 나았길 바랍니다.


오늘 학교에서 돌아온 죠슈아가 콘웨이 선생님에게 볼펜선물을 하고 싶다고 하며 그가 갖고있는 것을 포장하여 엄마로부터의 선생님께대한 감사의 표시를 하고 싶어 하였답니다.

이유를 물으니 선생님이 그 볼펜을 갖아줬으면 자신이 기쁠 것 같다고 합니다.


이 볼펜을 넣을 마땅한 상자를 온통 찾았지만 구할 수 없어서, 한국의 기념품 전통 탈에 넣어 함께 보내게 되었습니다.

부디 기쁘게 받아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아울러, 내 아들 죠슈아를 잘 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부를 전하며

신영드림.

p.s: 참고로 저는 3월 11일부터 4월 2일까지 여행중일 것입니다.]



죠슈아는 그 다음날 환한 웃음으로 그 선물을 들고 학교를 향하였다.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선물은 드렸니?” 라고 물었다.

“네. 콘웨이 선생님이 그 선물을 받고 아주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다고 말했어”


그 다음날이 되었다.

죠슈아는 선생님께 받은 편지한통을 내게 내밀었다.

편지 겉봉투에 Shinyoung 이라고 쓰여있다.

난 얼릉 조금은 흥분된 손으로 봉투를 뜯기 시작했다.

“죠슈아! 선생님이 내게 보낸 러브레터 구나”

“아니야 엄마” (착각하지 마) 라는 말이 생략된 것도 같다.


신영에게.

친절한 편지와 선물 정말 고맙습니다.

죠슈아가 학교생활에 즐거워한다 하니 나도 무척 기쁘답니다.

또한 선생님들이라면 누구든지 이런 좋은 뒷평을 듣게 되면 무척 좋아하지요.

고맙습니다.

즐거운 여행 되길 바라며

죠 드림.



내 자필 글씨체와는 비교도 되지않게 깔끔하게 정돈된 것이었다.

친절히 답장을 해준 것이 여간 고마운일이 아니었다.

죠슈아는 편지안에 뭐라고 쓰여있는지 관심도 없다는 듯 지 할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자신이 주고싶어서 주었던 볼펜이었고 상대가 받았으면 된 것으로 끝이 난 것이다.

더 이상 답신이며 뭐며를 굳이 알 필요가 없는 아이였다.

“죠슈아. 선생님이 엄마에게 뭐라고 썼는지 궁금하지도 않아?”

“뭐라고 했는데?” 시큰둥하게 죠슈아가 대답했다.

난 장난기가 발동하여

"선생님이 날 좋아한다고 했어“

죠슈아가 말한다.

“엄마! 답장 쓰려거든, [난 결혼해서 남편이 있어요] 라고 말해”



============= 아래는 죠슈아가 다니는 국민학교가 지방신문에 실리며,
What do you want to be when you grow up?
라는 질문의 답신들이다.
커서 무엇이 되고싶은가의 질문에 아이들 대부분이 아빠가 하는 일을 하고 싶다하였고 또한 hurler 가 되고싶다고도 하였다.
Hurling 은 아일랜드 전통 스포츠이며 납작한 방망이로 하는 약간은 하키 비슷한 스포츠게임이다.


Sean Hogan (9살. 3학년)
"I want to ba a hurler because it"s a good hurler. I go to all the Waterford matches and I play with Passage East.
My hero is Eoin Kelly because he played good in the last match.
When not playing hurling I would like to work at Waterford Port driving a crane because that is what my dad does"

Steven Kelly (11살. 4학년)
“I want to be a fisherman because my uncle fishes.
I have been out with him and have caught mackerel and loads of other fish.
I also want to be a hurler and play corner forward for Waterford when I grow up because it"s my favourite sport.
My favourite hurler is John Mullane"

Daniel O"Sullivan (9살. 3학년)
“When I grow up I am going to be a sea oyster farmer because my dad is one.
I helped him a few weeks go.
I like driving around in a tractor. I also want to be a profesional hurler because I like hurling.
I want to play for Waterfrod like Dan Shanahan."

David Hurly (7살. 1학년)
“I want to be the president because you 핻 all sorts of food that you want like chiips with salt on them.
I would also like to be traveller when I grow up and would like to go to Europe."

Adam Redmond (8살. 2학년)
“When I grow up I want to be a train driver. I would just like to go around the country and see all the nice places and all the towns and villages.
I have an electiric train set at home."

Evan Denn (7살. 1학년)
“I want to ba a scientist because I could make lots of gadgets. I would like to make a time machine and go into the future so I could see what it looks like.
I would bring a ray gun to protect me just in case."

Joshua Sheehan (7살. 1학년)
"I want to work for my dad when I grow up.
He works for Fast Form Research. I would also maybe like to paly drums for a band.
I have a small drum but I have lost the sticks."

Sean Tracey (8살. 2학년)
“I am going to be a carpenter and a hurler when I leave school because that is what my friedn John Mullane does.
I am already playing on the under 9.10 and 11 teams for Passage East. I play at full forward."

(총 : 392 건)
허은혜 2005-03-10 오후 11:38:19 삭제
앙~마음씨 예쁜 죠슈아~* 녀석은 커서도 저렇게 예쁘고 마음씨 착한 사람일꺼에요.^^ 아이들 마음만큼만 어른들이 살아도 세상은 참 아름다울 텐데..그러고보니 녀석 쑥쑥 자라있을 것만 같은 상상상이 되네요~ 보고싶따~
별별 2005-03-12 오전 11:37:30 삭제
아이들이 hurler가 되고 싶어하는데 이게 모죠? 사전에는 그냥 Irish ball game이라고 나와있던데... 야구하고 비슷한거가여? 양팀이 각각 15명으로 구성되서 하는거라고 써 있던데...
슬기 2005-03-22 오전 9:22:17 삭제
작년에 저도 랭귀지스쿨 선생님에게 펜을 선물해드렸습니다.
갑자기 그때 제가 떠오르네요...20유로정도 하는 그래도 고가 펜이였는데
왠지 하찮아보여 계속 줄까 말까 고민했었던...

아일랜드에서 정신수양 좀 더 해야겠어요^^
미희 2005-03-28 오후 7:24:04 삭제
잘계시죠? 언니... 보고싶어요..알랜드도...가고 싶고..(당근..ㅋㅋ)
오랜만에 언니 글 보니깐... 조슈아도 주미도 데이빗도 다 보고싶네요..
또 연락 할께요~!!
새별 2005-07-29 오전 10:40:34 삭제
지금 이글을 읽으니 너무나 마음이 아프네요.
아름다운 신영씨......
하늘나라에서 죠슈아 잘 지켜 주세요.
지나다가.. 2006-01-27 오후 11:11:13 삭제
새해를 맞아 옛 생각이 나서 들어와 봤어요.
참 잘 대해주신 분이셨는데.. 제가 너무나 투정을 많이 부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보다 좋은 곳에서 잘 쉬고 계시리라 생각이 들고요, 쥬미와 죠슈아도 이쁘고 건강하게 자라나리라 믿습니다.
처음으로 2006-02-28 오전 12:01:55 삭제
처음 이곳을 들어오게 되었어요. 초록색 아일랜드에 관심이 너무 많거든요. 일을 하게 되면서 문학을 알게 되었고... 문학 때문에 아일랜드가 좋아지기 시작했고...그래서 이제 아일랜드로 직접 가보려고 해요. 그러다이 곳에 먼저 오게 되었어요. 그런데 너무 마음이 아프네요. 우리 쥬미와 조슈아 그리고 신영님이 사랑했던 모든 분들 꼭 행복할 수 있도록 지켜주세요.
지나다가.. 2009-09-21 오후 10:53:38 삭제
정말 오랜만에 이 곳이 생각이 났어요. 거의 4년만이네요. 요즘엔 올라오는 글이 좀 뜸해진 듯 싶네요. 하지만.. 여전히 신영님의 추억이 물씬 살아있어서 참 좋네요. 신영님.. 쥬미..죠슈아.. 데이빗.. 모두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잘 보살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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