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번호 65  등록일 : 2004-05-06 오후 10:45:24

손으로 밥먹는 고양이
글 : 허신영 ()


우리집에 근 6년을 함께 살던 고양이가 1년전 가출해 버렸다.
새끼 고양이를 옆집에서 얻어온 그 해, 서비아(벨그레이드), 버지니아(사라예보), 크로에이시아(사그랍) 는 개와 고양이처럼 싸움질을 해대던 때였다.
"ethnic cleansing (이방인몰살하기?)"이란 말이 이렇게 무서운 뜻을 담고있는지 그때 알았다.
더럽고 잔인한 전쟁이었던 것으로 안다.
"밀로소비치"라는 이름보다 더 자주 불리웠던 이름도 그 당시엔 없었던 것 같다.
"개미"라는 애니메이션 영화도 그때쯤 데뷔했고 또 흥행했다.
개미의 주인공 "플릭", 그 해의 악역주인공 "밀로소비치"

새끼고양이에게 시대에 걸맞는 이름을 붙여주자고 "플릭밀로"라고 지었다.
밀로소비치의 앞두글자를 따서 플릭과 밀로를 합한 이름이었다.
사람들은 밀로라는 이름이 밀로소비치라는 사람의 이름에서 따온것이라는 부연설명을 듣고나면 인상을 찌푸리곤 했다.
그래도 새끼고양이는 플릭밀로라는 이름을 달고 점점 어른고양이가 되어갔다.

우리집에 개새끼 두 마리가 새식구로 불어났다.
쟉러슬 종자의 개로서 쥐나 고양이같은 빠르게 움직이는 작은 동물들을 사납게 죽이고싶어 하는 본능을 가진 개들이다.
특히 쥐를 잘 잡는 개이고, 작지만 앙탈지고 영리한 개다.
개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생일날 선물로 한 마리씩 주게된 동기였다.

강아지 두 마리가 점점 커가면서 플릭밀로는 안전히 머물곳을 잃어가고 있었다.
창가에 모로 누워 다리 쭉 뻗고 졸던 플릭밀로는 더 이상 그렇게 늘어진 팔자일수만 없었다.
강아지들이 개집으로 닫힌 후에야 밥을 먹으러 왔고, 또 먹고나면 금방 사라져버렸다.
어떤땐 개들에게 모습이 들킬때면 부리나케 지붕으로 달아나야 하는 생존을 위한 줄행랑고행을 치러야했다.
그러다 점점 집에 머무는 날이 드물어지고 아예 앞집으로 집을 옮겨버렸다.
한마디로 개들의 등살에 가출을 결심하게 되었던 것이다.
아이들 할머니가 사시는 앞집 부엌창틀에 고양이석조처럼 늘 그렇게 붙어있었다.

며칠전 아이들 할머니네 부엌에서 차를 마시던 나는, 창가에 앉아 식사를 하고있는 플릭밀로를 보았다.
플릭밀로는 고양이밥을 먹는게 아니고 그야말로 식사를 하고있었다.
오른쪽 앞발로 고양이밥을 조금 뭍혀서 핱아먹고 있었다.
즉 손(앞발)으로 밥을 퍼서 입에 넣는 식이었다.
이렇게 식사를 마친 고양이는 이번엔 왼쪽 앞발로 얼굴을 씻었다.
웃기는 일도 다봤네
고양이가 오른손으로 밥을 먹다니
그리고 왼손으로 밥먹은 얼굴을 씻다니...

이건 무슬림들의 관습이다던가????




(총 : 2560 건)
테디곰.. 2004-06-11 오전 2:16:39 삭제
고양이....건초더미를 둥글둥글하게 말아논 그 위에 올라가 따스한 햇살 에 일광욕하며 느러져있던 그 고양이.....웬지 요즘엔...그런여유가 부럽네요...내가 왜 그때 그렇지 못했는지..후회도 되고..
글 잘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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