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번호 63  등록일 : 2004-04-20 오전 11:13:38

비탓으로 돌릴까!!!
글 : 허신영 ()

토요일!
추적추적, 아침부터 비가 온다.
비가 잦은 아일랜드라지만, 적어도 아침에는 짧은 햇살이라도 맛보기를 보여준 다음에서야 비가오던, 바람이 불던, 우박이 쏟아지던 사계절 날씨를 차례로 보여주곤 하건만.
오늘은 아침부터 계속 같은 속도로 같은 양으로 그칠줄 모르고 비가 온다.
적어도 일관성있는 하루 날씨인것에 경의를 표해야 할까....
행여 누가 아일랜드의 오늘 날씨는 어땠느냐고 물어온다면 ‘해/비/우박/바람/먹구름/해/비/우박...’ 이 아닌 간단히 “비” 라고 답할 수 있을테니까....

비가와도 우산없이 다니는 사람들이 또 아이리쉬들이다.
변변한 우비하나 시중에 제대로 나와있는게 없다.
그중 나도 포함이다. 여태껏 우산 한 개 없이 지내왔다.
대신, 해(Sun)도 드문 나라가 웬 썬글라스들은 한사람당 열 개씩은 되나부다.
어떤이는 그 이유가 워터포드에 Ray ban 썬글라스 공장이 있기 때문이고, 많은 사람들이 이 회사를 다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유야 어쨌튼 참말로 날씨와는 상반되는 나타남이다.

비를 맞으며 세 번째로 그 핸드백 가게에 들렀다.
어지간히 난 약이 올라 있었다.
이렇게 비오는 구질구질한 날은 ‘브라드 핏’을 만나러 간다해도 그다지 마냥 신나진 않을 것 같 같은데, 그것도 이 핸드백 가게에 핸드백 교체를 요구하는 같은 이유로 세 번씩이나 들러야 하는 길이라니...

온통 젖어버린 나는 문을 열고 가게에 들어섰다.
계산대에 가서 점원에게 물었다.
“메니져 있나요?”
굳은 내 얼굴을 보고 점원은 메니져를 불러왔다.

“난 한달전 이곳에서 핸드백을 샀어요. 그리고 그 핸드백 끈이 떨어졌고 난 떨어진 핸드백을 교체하러 왔어요. 올때마다 메니져가 없다고 다시 오라해서 이번이 세 번째요”

첫 번째는 영수증을 가져와야 한다고 해서, 난 이 품질 좋다고 알려진 핸드백이 이렇게 쉽사리 떨어져 교체해야 할 일을 생각하지 못했으므로 영수증이 없다고 말했다.
점원은 영수증이 있어야 교체해주겠단다...
난 카드로 물건을 샀기에 내 은행 거래내역서까지 뽑아서 두 번째로 방문했다.
두 번째는 메니져에게 알려야하고 메니져만이 해결할 수 있으므로, 현재 메니져가 자리에 없으므로 다음에 오란다.
그래서 오늘이 세 번째이다.

그렇게 내 앞에 선 메니져는, 내가 찾아온 이유를, 다른 핸드백으로 교체하거나 아님 크레딧(상품권)을 주겠다고 했다.
난 그 자리에서 한번 휙 둘러보고 눈에 띄는 가방 하나를 집어들고 메니져에게 다시 다가갔다.

“이것으로 바꾸겠어요. 이제 어쩌면 되나요?”
상표에 가격표시가 되어있는걸 보니 내가 산 전 핸드백보다 10유로가 더 비쌌다.

“이 물건은 10유로가 더 비싼것이니 10유로의 차액을 더 내야지요”

“좋아요! 하지만 내가 이 떨어진 핸드백을 한달동안이나 들고다녀야 했고, 이 가게에 이런 이유로 세 번씩이나 들러야했던 것에 대해 이 물건을 판 당신은 내게 뭘 보상하겠나요?”

“그래서 대신 바꿔주는 것이죠. 판 물건에 문제가 있을땐 교환해주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보상이어요”

“그럼 난 그저 재수없는 케이스였을 뿐이군요”

“그런게 아니고 회사 방침이 그렇기에 어쩔수없지요”

“회사 방침? 난 물건을 믿고샀고, 샀으면 잘 쓸 수 있는 것이 목적달성이어요. 근데 그것을 충족시켜주지 못한 회사의 방침은 그저 교체해주는 것을 다행으로 알라는 뜻인가요?”

“난 그 끈 떨어진 핸드백을 보지도 못했는데 그건 우리 책임이 아니니 회사에 컴플레인은 해 보도록 하죠”

“이곳에 핸드백을 놔둔지가 2주일인데 그것을 메니져인 당신이 못봤다면 그건 당신 문제요. 그리고 판 사람이 책임이 없다니.... 난 10유로가 없어서나 아까워서가 아니라 기본을 얘기하는 거요”

난 이렇게 말끝을 맺었다.
더 이상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방적인 대화일뿐이었으니까.
지갑에서 10유로를 꺼내 주었고 그는 영수증을 뽑았다.
그리고 ‘탱큐’ 라는말과 함께 영수증을 내게 주었다.
난 받아들고 그 자리를 떴다.

가게를 나오며 “프로페셔널리즘” 이란 단어 한개가 떠올랐다.
상점의 책임을 맡은 메니져로서 갖춰야 할 프로다운 점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사람, 멋진 사람, 존경스런 사람은 분명 프로다운 사람이다.
자기일에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 성실히 일하는 사람처럼 또 아름답게 보이는 일이 없다.
그건 하등의 직업의 종류와는 상관없는 얘기다.

프로는 자기일에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또 실수에 관해서는 (자신의 실수가 아니더라도), 두려움없이 사과의말도 할 줄 알아야 한다.
간혹 사람들은 남에게 사과를 하는 것이 그 싸움에서, 논쟁에서 지는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갖고있는 듯 하다.
어떻게든 내 주장을 끝까지 펼치고 내 주장이 관철되는 것이 반드시 이기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그렇다면 분명 이 상점 메니져는 자신이 고객의 불평을 너끈히 이겨내고 10유로를 받아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 물건파는 상점 메니져로서 고객을 진정 이길 수 있는 방법은 고객의 얼굴에서 웃음이 솟아나게 하고 다시 또 찾아들게 하는 것이다.
“내가 저 가게에서 물건을 다시 사나봐라” 라는 고객의 마음을 낳게 하는 것이 아니다.

그 메니져는 그의 생각과 태도와 해결방법이 모두 옳다고 믿고있을 것이다.
고객인 나는 내 생각이 또한 옳다고 믿고있다.
그렇게 누구나 다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고 믿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모두 스스로가 옳다고 믿는다
그러므로 우린 모두 다 옳다.
너도 옳고 나도 옳고 모두 다 옳다면 누구의 잘못인가를 가려내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고 문제가 될 수도 없다.

어떻게 상대의 마음을 풀고 내 쪽으로 끌어당길 수 있고, 그래서 내가 원하는대로 상대를 움직이게 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이것이 진정 프로다운 프로페셔널리즘이라고 생각한다.

고객인 나의 태도도 한번 생각해봄직하다.

비가 오던 말던, 가게로 향하는 길에 길바닥에 넘어져 코가 깨졌던, 이유가 어찌되었건 그것은 내가 당면한 핸드백 문제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다.
물건 하나를 잘못사서 이런 불필요한 왕래를 세 번씩 하게되었지만 그건 그냥 그런일이 있을수도 있는 아주 사소한 일이었다.
메니져나 점원이나 제품을 만든 회사의 잘못도 아니다.

나는 처음부터 도전적이었다.
좀더 공손한 태도, 부드러운 태도로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볼 줄 아는 아량이 필요했다.
그랬더라면 10유로를 할인받았을거라는 얘기는 아니다.
물론 부드러운 태도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했을수도있다.
하지만, 어떻게든 낯을 붉히고 옹색한 관계를 남겨둔 것은 작게나마 인생의 적을 만들어둔 셈이다.
만일 내가 사교석에서 그 메니져를 만나게된다면 껄끄러운 표정과 어정쩡한 표정사이에서 어떤 표정을 선택할까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논쟁에서 취할 가장 현명한 방법은 논쟁을 피하는 방법이겠으나, 그렇지못할 상황이라면
적어도 상대를 화나게 하는 실수만큼은 저지르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

공격은, 저항과 오히려 더 거센 공격을 불러일으킨다.

고로, 나도 분명히 논쟁에서 진 사람이다.

프로페셔널리즘과 나!
비탓으로 돌리기엔 너무 말이 길었구나!!!

(총 : 14 건)
kimssam 2004-04-20 오전 11:37:51 삭제
논쟁이라는 주제를 벗어나서
한국의 쇼핑몰에서 고객을 대하는 태도는 무척달라진것 같습니다.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경제난의 이유로 많이 위축되어 한사람의 고객을 유치하는게 그만큼 어려워졌기 때문일수도 있지만
어쨓든 이런 경위로 해서
물건을 사면서 추후의 교환이나 환불에 대해서 막연하게 불안감을 가졌었던
예전과는 참 많이 달라진듯합니다.
어디서든 논쟁이란것이 생기게 마련이지만
다시 만났을때에도 서로 껄끄러운 관계가 되지 않을것을 전제로 벌이는 논쟁이 돼야겠습니다.
신영님처럼 그 매니져도 프로페셔널리즘에 대해서 고민한다면
그리고 모든 이들이 기분좋은 결말을 미리 염두에 두고 논쟁에 임한다면
쿠~ㄹ한 세상살이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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