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번호 61  등록일 : 2004-02-20 오후 7:39:42

모래성
글 : 허신영 ()

봄방학이라고 아이들이 며칠째 집에있다.
성질급한 수선화는 노란색을 삐죽히 내밀기도 한다.
봄이라서그런지 유난히 새소리들도 맑고 청아하다.

창밖을 내다보니, 죠슈아가 잔디밭에서 한손은 자전거를 끌고, 한손은 연신 흘러내리는 바지 허리춤을 움켜쥐고 낑낑대는 모습이 보인다.
주미가 입던 청바지를 죠슈아가 물려입었고, 허릿살이 만만찮은 주미의 바지가 죠슈아에겐 턱없이 커서 흘러내리나부다.

'들어오면 멜빵을 메어줘야 겠구나....' 라고 생각하다 깜빡 잊었다.

한참후에 다시 모습을 나타낸 죠슈아.
바지가 단정하고 야무지게 입혀져있다.

'내가 좀전에 잘못봤나? 아님 다른 이유로 허릿춤을 잡았었나?'

저녁이 되어 죠슈아가 감기기운이 있는지 미열이 나고 기운없어하며 내게 안긴다.
나는 소파에 누웠고, 죠슈아는 내 배 위에 엎드려 춥다고 내 품속을 파고든다.
나는 죠슈아를 안고 죠슈아 나이만큼의 정신수준이 되어 묻는다
"죠슈아. 나랑 결혼해 줄래?"
"안돼. 못해"
"왜?"
"내가 커서 어른이되면 엄마는 너무 늙어버릴테니까 안돼"
"엄마가 안늙으면 결혼할래?"
"생각해봐서...."
"......"
"......"

죠슈아의 등을 어루만져주는데 멜빵이 옷 속에 잡힌다.

"죠슈아가 멜빵을 찾아 멨었구나!"
"아니야! 주미가 메 줬어"

죠슈아의 흘러내리는 바지를 보고, 멜빵을 찾아 메어준 주미가 참 기특하고 이쁘다.
"주미가 참 착하지! 이렇게 죠슈아를 위해 멜빵을 찾아메주고말야. 좀전에 잔디밭에서 네가 자전거탈 때 옷이 흘러내리는걸 봤거든"
"아냐. 엄마. 자전거를 탄게 아니고 자전거를 끌고 갔을뿐이야. 잔디위에선 자전거를 탈수가 없어"
"어쨌든간에 이놈아...."

옛말에,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자식사랑의 공평함을 말해주는 속담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무조건적인 부모 사랑이라지만 사람이 하는 사랑이다보니 사랑 표현이 다르게 나타날수는 있는 것 같다.
나는 주미보다 죠슈아에게 좀 더 사랑을 많이 표현한다.
주미를 대할때와 죠슈아를 대할때는 나는 다르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본적이 있다.

[모든 것은 성적이다] 라는 프로이드의 이론을 무시하지 않은 전제하에.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혼자 내렸던 것 같다.
나를 너무나 많이 닮아버린 주미, 내가 나를 싫어하는 부분들을 더 특히 닮아버린 주미. 주미를 볼때면 마치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아 아마 그런 이유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세계 미인대회인 미스 월드나 유니버스대회를 보면 항상 묻는 질문이 있다.
"이 우리가 살고있는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럼 각 나라의 미녀들은 똑같이 답한다.
"세계평화예요"

누가 내게 그런 질문을 한다면 (미인대회에서일리는 없지만) 난 이렇게 말하고싶다.
"나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이죠.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고 즐거운 사람이지요. 그러니 그 즐거움이 다른사람까지에게 전달이 되어 이웃까지 사랑할 수 있게 되니까요"

말하고보니 결국 [세계평화] 로구나.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오는 것을 즐기는 주미는 동화작가가 되고 싶다고 한다.
그리곤 종종 내 책상에 앉아 컴퓨터의 word 파일을 열고 글을 쓰곤 한다.
한시간 동안 컴퓨터 앞에서 잠잠하던 주미는 쓴 글을 프린트까지 해서는 자랑스럽게 읽는다.
이렇게 글을 잘 썼으니 쵸콜렛을 먹어야 할 권리가 생겼다고 당당하게 쵸콜렛 서랍을 뒤지는 주미.
쵸콜렛을 먹어도 될 만 한지 읽어보자.


"모래성" by Joomie
한글번역판 (저작권은 주미에게 있습니다)

옛날에 마크라고 하는 남자아이가 살았습니다.
어느날 엄마는 마크를 데리고 바닷가에 갔습니다.
마크는 바닷가에서 수영을 했습니다.
수영하기가 지루해지자 마크는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모래성을 쌓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마크는 깜빡 잠이 들었습니다.
잠에서 깨어난 마크는 자기가 만든 모래성의 굴뚝에서 연기가 솟아나고 안에는 불빛이 비취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마크는 모래성에 가까이 다가가 안을 들여다보자 성 안에있던 요정들이 깜짝놀라 모두 달아나버렸습니다.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
마크는 나이많은 할아버지가 되었습니다.

마크는 그 어린 시절 바닷가에서 만들었던 모래성과 요정의 추억들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을 거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여러분! 그렇지 않을까요?


(총 : 21 건)
Rachel 2004-02-24 오후 12:08:54 삭제
Erin님의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가득 묻어나는 글이네요.^^ 자연과 함께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우리 아가들이 맘놓고 뛰어놀 잔디밭 하나가 아쉬운 한국에서는 마냥 부럽기만 하네요.^^
인천에공주 2004-08-16 오후 2:44:44 삭제
모래성 이라....
왠지 모래성 하면 순간에 파도가 쳐서없어지는 느낌이 드는군요.
아니면 영원히 자기 마음속에 담고 필요 할때마다 꺼내서 볼수있는 영원한 불멸의 성 이던지.
글을 읽고 나서 순간 헌주,헌규를 생각 나게 하는군요.
어릴적 두 아이를 혼자서 키우다 보니 짜증이 날때도 있어거든요.
그래서 사내아이인 헌규가 말썽을 부려서 혼내주면 `누나`하고 자기 누나
에게로 다가가 자기편이 되어달라는식으로 눈길을 보내면 누나인 헌주는 왜? 엄마 한테 혼났서 하면서 동생을 자기의 품안으로 보듬어 줍니다.
그래도 나는 그 무엇이 아직도 풀리지 안았는지 소리를 지르며 나만의 소리로 아이들을 야단을치면 두 아이는 나에게 엄마는 나쁘다며 자기들의 생각으로 저를 몰아 붙일때 보면은 누가 무엇을 잘못 했는지 순간 웃음이나서 웃으면 저도 모르게 그래 니네는 형제다 엄마가 진짜 계모면 어쩔뻔 했니...
하면서 모든게 원점으로 돌아가 피식 웃고, 맘니다.
주미가 동생을 생각하는 마음도 알겠고, 신영씨가 어린죠슈아 에게 신경이 더 쓰이는 마음도 알겠습니다.
이세상 부모님들의 마음은 국적이 달라도 사는곳이 다르더라도 삷의 방식은 거의 비슷 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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