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번호 59  등록일 : 2003-12-24 오후 11:23:41

한번만 봐 주세요 !!!
글 : 허신영 ()

이번 크리스마스는 여니 해보다 조용한 듯 하다.
크리스마스는 이곳에서 가장 큰 명절이어서 우리나라의 "추석"이나 "설" 같은 준비를하고 부산해 한다.

나도 크리스마스를 낼모래 앞두고, 오늘은 막바지에 몇가지 물건들을 사러 시내에 출동했다.
주차장마다 꽉꽉 들이차있어 시내 중심에서 한참 떨어진 곳 귀퉁이에 옹색하게 주차를 하고 옷깃을 여미고 단단히 준비자세로 시내를 향했다.

밤에도 볼 수 있는 밤안경?을 사는 일이 오늘 내가 사야 할 물건중에 하나였다.
군대나 경찰에서만 사용되는 물건이어서 이 작은동네 워터포드를 아무리 뒤져도 없다.

마침 지나가는 젊은 경찰관 (이곳에선 "가아다" 라고 부른다)을 붙들고, 밤에도 대낮처럼 볼 수 있다는 그 밤안경을 어디서 사야하는지 알고있냐고 물었다.
경찰관은 뜸금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모르겠다고 한다.
그런건 경찰들이 사용하지 않느냐고 했더니 이 젊은 경찰관은 자기 눈을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우린 이걸 사용해요" 라고 한다.

워터포드 시내는 크리스마스 쇼핑객 들로 어지간히 술렁거린다.

가 볼만한 가게는 다 둘러보고 마지막 등산용품 가게에 들렀다.
역시 자기네 가게는 없고 또 내가 찾는 물건은 아주 특수용품이어서 무장 비싸단다.
5-6,000 유로나 한다나? 좀 전 가게에서는 300 유로정도 한다고 했는데....

강가쪽으로 가면 중앙 우체국 옆에 카메라가게가 있으니 그곳에 가면 살 수 있을지 모른단다.
북쪽 지역에서 워터포드를 진입하려면 강을 잇는 다리를 건너야 하고 그 강가를 두고 시내가 놓여있다. 그 강가대로는 모든 차량들이 이곳을 지나야 하므로 항상 붐빈다.
그쪽으로 차를 몰고가야 한다니 한숨이야 났지만 그래도 일단 그 신비?한 물건을 찾으러 나섰다.
신호등에 걸리고, 차에 걸리고, 사람들에 걸리고 등등 겨우 강가 대로옆의 카메라가게에 다다랐다.
길가 주차장은 모두 꽉 찼고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기에는 좀 억울하다. 잠깐 가게에 들러 그 물건이 있는지만 물어볼건데....

도로 가장자리에 주차를 하고 비상등을 켜놓고 얼릉 가게로 들어갔다.
다행이 이 가게에도 내가 찾는 물건은 없었다.
그런데 왜 다행이냐구?
......

2-3분간 가게에서 지체하고 밖에 나왔더니 뜻밖에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서 있다.
연두색 야광옷을 입고 모자를 쓴 경찰관이다.

꽤나 사무적인 목소리로 경찰관이 내게 묻는다. 역시 젊은 경찰관이다.
"이게 당신 차예요?"
"네~~~" 아주 미안한 듯이 내가 대답했다. 영어로는 "Yes Sir" 다. =.=
"여긴 차들이 지나다니는 도로인데 이렇게 차를 세우다니 됩니까?"
"..........."
사실 중앙선 바깥쪽 길이고 이 차선으로는 차들이 잘 다니지는 않는다.
그래서 나같은 사람들이 종종 비상등을 켜고 서 있는 경우가 있어서 나도 좀 흉내를 낸 것인데..... 이렇게 걸리다니.... 좀전까지만 해도 없었던 이 제복입은 청년이 어디서 나타났단 말인가! 하늘에서 내려왔나? 하고 난 신기해하고 있는 중이다.
아주 심각할만한데도 난 이상할정도로 전혀 떨리거나 가슴조리거나 하지가 않다니....
그것도 신기해하고 있는 중이다.

"교통을 방해하고 있는 행위라는 걸 아시나요?"
"저 가게에 뭘 좀 물어보러 잠깐만 비운~"
"무슨 이유든 상관없어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It doesn't matter" 라고 딱잘라 말한다.
"........I am sorry Sir"
"차를 끌고가진 않겠어요"
아마 견인해 갈려고 했나보다
"Thank you Sir"
"Thanks you" 경찰관도 탱큐! 하고 저리로 걸어가 버린다.
난 씨익~ 웃고 얼릉 운전석에 앉아 쏜살같이 내 뺐다.
그러니 그 가게에 물건이 없었길 얼마나 다행인가. 있었다면 물건 사느라 시간을 지체했을테고......크악~~

2년전 이맘때쯤에는 내 생전 처음으로 음주운전 단속 경찰관에 걸렸었던 적이 있었다.
펍에서 맹물만 마시다 나왔지만 웬 차가(일반승용차로 둔갑한) 뒤에서 불을 켜고 달려들다니.....
생각만 해도 우습다.
내가 무지한 탓에, 마냥 서지도 않고 주행했더니 급기야 사이렌 소리를 울리고 내 앞에 차를 세운다.
데이빗이 저 차 뒤에 세우라고 했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난 또 계속해서 경찰차를 따돌리고 주행했을 것이다.
마치 헐리우드의 경찰차와 악당차가 쫓고 쫓기는 주행극처럼.
아마 그랬다면 '공모방해죄' 로 유치장에 갖혔겠지.
L 자의 가면허증으로 운전하는 나에게 어떤때 차를 세워야 하는지 일장연설을 하고 그 경찰관은 "Thank you Madam" 이라 말하고 날 보내주었다.

그때도 젊은 경찰관이었다.
아니 모든 경찰관들은 다 젊다.

이곳 아일랜드에는 이런말이 있다.
"경찰관과 의사가 젊어보인다면 당신은 늙은 것이다" 라는

하여간에 차가 다니는 도로에 엄연히 차를 세운 몰상식한 행동을 한 나를, 크리스마스때라고 봐줬는지, 뭘 한참 모르는 외국인이라고 봐 줬는지, 행여 내가 이뻐서 봐 줬는지는 모르지만, 그 젊디젊은 경찰관에게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전하고싶다.

미국에서 있었던 일이라던가!
경찰에 잡힌 한국인이 미국인 경찰에게 사정을 한답시고 '한번만 봐 주세요'를 영어로
'please look at me once' 라고 했다던가!


(총 : 21 건)
ju 2004-01-14 오전 10:05:55 삭제
재미있게 읽어 내려오다가 목에 탁 걸리는 대목이 있었으니....... 경찰관과 의사가 젊어 보이면 당신은 늙은것이라는말......이대목을 처음읽고 목이 콱 막히더만 두번 반복해서 읽고..가슴도 막히네요얼마전에 경찰에게 걸렸었었고 몹시 화를 내는 경찰이 못마땅했고...어찌 내 아들뻘정도 되는 넘이 이리 방자하게 어미뻘되는 내게 화를 낼까? 괴씸해했었거든요...서로 화내는 바람에 잘되지? 못하고 티켓을 받았지만요
정말 한 십여년만에 경찰에 걸려보니...요즘 경찰 정말 젊습디다..흑흑
내 훼미리 닥터는 나보다 십여년은 더 나이든 할머님이라서 거기에 위안삼고 갑니다
새해 하시고 싶은일 다 이루세요...건강하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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