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은 거친 다이아몬드 같고 일본 사람은 잘 다듬어진 돌멩이 같다" 라는 말로 데이빗은 한국인과 일본인의 차이를 비유하곤 한다.
이 비유가 정확한 표현인지 아닌지는 각자의 견해이겠으나 내가 생각하기로는 그럴싸하고 꽤나 맞들어지는 말인 것 같다.
왜냐면 이 표현 속에는 한국인과 일본인의 겉모습과 속모습을 말해주는 나름대로의 깊은 의미의 함축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다.
수공 되지 않은 거친 다이아몬드는 부드러움은 없을지언정 값진 보석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예쁘게 다듬어진 돌멩이는 보기좋고 촉감은 좋아도 한낱 돌멩이에 불과하다.
내가 아는 일본인들은 다섯 손가락 안에 넉넉히 셀 정도로 몇 안되지만 그들 일본인들은 무척 예의바르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그들의 인사성과 예의가 정말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것인지, 그들의 웃음짓는 미소 뒤에는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 항상 미지수이다. 그래서 진가를 알 수 없으므로 돌멩이에 비유한다고 데이빗은 말한다.
반대로 우리 한국인들은 속에 담겨진 것을 숨길 줄 모르고 내 뱉는 시원함이 있다. 그러니 속다르고 겉다른 이중성이 아닌 솔직함을 말한다는 점에서 다이아몬드에 비유할 수 있겠으나 또한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고 행동한다는 점에서 닦이지 않은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차피 일본인들에 대해서는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바이니 접어두기로 하고, 오늘 나는 우리 한국인들에 대해 몇 마디 횡설수설 해 보려한다.
우리 거친 다이아몬드(?) 한국인들이 잘 닦인 다이아몬드가 되기 위한 가장 두드러지게 염두해야 할 부분은 해야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분하자는 것이다.
우선 나를 포함한 우리 한국인들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을 그대로 입으로 전달되어 나온다는 것이 이곳 아이리쉬들과 다른점인 것 같다.
나는 이제 한국을 떠나 12년째를 살고있고 또한 아이리쉬 남편을 두고 한국인의 정서를 떠나 아이리쉬들과 생활하고 있으나 여전히 한국인이라는 어중간한 위치에 놓여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간혹 한국과 아일랜드의 두 나라 사이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어설픈 자세로 살고있지 않은가 하는 회의적인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아이리쉬들과 한국인들의 두 모습을 가장 가까이서 바라보고 비교해 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면 억지일까.
아이리쉬들은 속에 있는 말을 함부로 내뱉지 않는다. 이들이 낙천적이고 여유롭다는 것은 그들이 사람과 자연과 사물을 바라보는 눈이 늘 긍정적으로 바라보려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한국인들은 아름다움보다는 아름답지 못한점을 먼저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남을 칭찬하기보다는 단점을 위시하여 보는 눈이 앞선다는 것이 늘 안타깝다.
아주 하찮은 한 예를 들어보고 싶다. 우리는 친한 친구사이라면 내 속에서 느끼는 그 느낌을 가차없이 말해치워 그 친구에게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친한 친구의 도리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미장원에 가서 예쁘게 머리단장을 하고 온 친구에게 이렇게 스스럼없이 말한다.
"얘. 너 머리가 그게 뭐니?" 혹은 남자들끼리라도 오랜만에 만나서 한다는 첫마디가 "야! 너 그동안 왜 그리 늙었냐?" 이다.
이런말을 듣고 기분좋아할 사람은 한명도 없을 것이다. 좋은 말만하고 좋은 말만 듣고 살기에도 짧은 인생인데 하물며.
간언을 자주하는 친구와는 멀어진다는 말이 굳이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하여도 한번쯤 생각해 볼 문제이다. 말을 해서 상대와 내 기분이 좋아지는 말이라면 얼마든지 해야하고 그렇지 못한 말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제 우리집은 한국인들이 자주 방문하는 집이 되었다.
그러나 대부분 방문하는 한국인들의 입에서 정말 칭찬의 아름다운 말을 듣는 경우는 10명중 1명 꼴이다.
아무리 좋은 자연경관을 보여줘도 묵묵부답이고 "어때요. 경치 아름답지요?" 라고 물으면 겨우 "네" 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십중팔구이다.
이런 경우에는 "정말로 아름답군요" 라는 말을 과장되게 말해도 될 상황이지만 말하지 않고 가슴속에만 쟁여둔다.
또한 내 눈에 달갑지 않은 일은 꼴을 못보는 민족이기도 하다. 그 꼴이 보기 싫으면 참지 못하고 기어이 입바른 소리를 해 대는 성질 말이다.
내 눈에 보기 싫으면 기어이 보기 싫다고 말해야 직성이 풀린다.
나는 한국인들이 조금 더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조금밖에 아름답지 않은 것을 무진장 아름답다고 과장되게 장황하게 떠벌였으면 좋겠다. 왜냐면 그렇게 말하는 습관이 들여지면서 정말 자기최면에 걸려 사물이 아름답게 보아지기 때문이다.
이 말을 하기 위해 또 한 예를 들어야겠다. 얼마 전 한 여학생이 홈스테이집에서 주인아줌마가 그 학생 머리를 잘라주었다. 그리고 Lovely라는 말을 수십차례 했었나보다. 그 여학생이 나중에 나한테 하는 얘기가 귀엽기만 하다.
"언니! 나한테 주인아줌마가 Lovely 라고 해서 정말 내 머리가 이쁜줄 알았어요. 거울 봤더니 아닌 거예요" 라고.
그 학생 머리가 예쁜지 안 예쁜지를 여기서 판가름 할일은 아니겠으나 주인 아줌마는 예쁘게 봐 주고 싶었고 그렇게 보려고하니 예쁘게 보였을 것이다. 그래서 그 아줌마는 수십차례 예쁘다 라는 말을 늘어놓았고 정말 그 학생 머리는 누가 뭐래도 예쁜 것이 기정사실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우리는 사물을 예쁘게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내가 보기로는 그다지 예쁜 옷이 아닌데도 이 사람들은 정말 예쁘다고 수십차례 반복해서 말한다. 그리고 끝내 별로 안예쁜 옷도 정말 예쁜 옷으로 변해버린다.
대부분의 경우 예쁘다는 말로도 부족해 fabulous, gorgeous, divine 이라는 단어를 총동원해서 말한다.
어떤이는 속에 없는 말을 그렇게 과장되게 표현해서야 되겠느냐고 할지 모르겠다.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경험하고 실험해본 결과 이렇게 칭찬했더니 신기하게도 정말 아름다워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눈에 보이는 것들 중 많은 부분이 아름답게 보인다.
이제는 내가 매일 바라보고 사는 바다를, 이곳에 처음 와서 이 바다를 처음 보는 사람보다 더 아름답게 볼 줄 알게되었다.
하찮은 들꽃도 정말로 아름답다고 말할 줄 알게되었다.
나이에 비해 잔주름도 많고 뚱뚱한 친구도 정말 예쁜 여자로 볼 수 있게 되었다. 뚱뚱한 체격에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은 친구에게 옷이 잘 어울린다고 말할줄도 알게되었다.
시각은 꼭 외향적인 것을 보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생각을 가지고 보느냐에따라 똑같은 사물이 전혀 다르게 보인다는 사실이 신기할 정도다.
나는 친한 친구 사이일수록, 부부 사이일수록 이렇게 예쁘게 보려는, 생각과 눈과 입이 일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니, 의도적일 정도로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기혼남들이(혹은 기혼녀) 부인 외에 연애를 하고 사랑에 빠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건 부인(혹은 남편)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며 반대로 애인으로부터는 칭찬의 말을 들을 수 있고 따라서 마음에 자신감이 생기고 내가 상대로부터 근사한 사람으로 보여지고있다고 믿는, 즉 마음이 풍부해지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당신을 만나고 당신과 결혼했던 일은 나에게 있어 최대의 행운이었다" 라고 부인에게 혹은 남편에게 말할 수 있다면 상대는 대단한 자신감에 세상이 부럽지 않을 것이다. 설령 그것이 농담이라고 해도 과연 듣기 좋은 농담일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삶 하나하나를 아름답게 보려고 노력하고 또한 아름답다고 말할 줄 알게된다면 삶은 훨씬 아름다워 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곳에 연수 온 학생들 중 대부분 그런대로 학교에 만족해하며 지내고 있지만 또한 대부분의 학생들이 다른 학교가 현재의 학교보다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건 지극히 당연한 생각이고 또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 앞에 사과가 10개 있다면 그 중에서 당신은 어떤 사과를 먹겠는가?"
나는 권한다.
가장 맛있는 사과를 골라 먹으라고... 그렇다면 당신은 맨 마지막 한 개의 사과까지 맛있는 사과를 먹을 수 있을 것이다.
10개의 사과중 한 개를 골라 먹으며 이 사과는 별로 맛없지만, 다음에 먹는 사과는 이것보다는 맛있겠지? 하고 먹는다면 나머지 한 개까지 맛없는 사과만 먹게 될 테니까.
좀 더 나은 삶을 위하여 기대치를 높이 정하는 것은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겠지만 자신의 현 위치에 의미를 두지 못하고 불평하는 사람은 어느 상황에서도 행복의 의미를 찾지 못할 것이다.
나는 생각한다.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 라듯이 세상에서 가장 값진 돌 다이아몬드도 정교히 수공 되지 않으면 돌멩이에 불과하다.
우리 한국인들이 좀 더 아름답게 사물을 보고 그것이 진정 아름답다고 말할 줄 알게된다면, 설령 내 눈에 거슬리는 것을 보았어도 접어둘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면 그게 바로 다이아몬드의 날카로운 모서리를 다듬는 첫 번째 수공 작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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