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를 탈때면 언제나
내 몸은 기차와 함께 앞으로의 시간을 향하지만
기억은 시간을 거슬러 점점 어린시절 기차여행에 다다른다.
뭐가 그리 맛있다고 다들 삶은계란을 먹어댓었는지…
생각만으로도 입안에 침이 고이는 노란색 망안의 빼곡한 귤과
여행길에 절대 빠질수 없던 오징어등….
기차여행의 묘미는 그 안에서 부모님을 졸라 사먹던 간식에 있었던것
같다.
이런저런 기억과 함께 기차는 어느새 더블린에 다다르고
늦은 시간까지 지지않는 햇살덕에 초록빛 땅이 주는 아름다움을
눈에 질리도록 하나가득 담을 수 있었다.
이래저래 워크샵을 마치고 돌아가는 기차를 타기전 짧은 브레이크…
더블린의 한국친구와 쏟아져 나온 인파를 즐기며 그라프튼을 걷다
간단히 요기를 하고
수많은 쇼핑의 유혹을 시간이 없다는 중요한 명제아래
철저히 무시한채
언니, 우리 저기 엄청 유명한 카펜데 가서 커피 한잔 할까? 아님 티?
야, 왠 티?우리 시원하게 맥주나 한잔하고 헤어지자.
맞다 맞다 무슨 커피!
목을 타고 넘어가는 짜릿한 시원함이
토요일 오후의 적당한 피곤함을 말끔히 씻어주기에
우린 바로 이 거야 하며
야외 펍에 앉아 즐거운 눈짓을 주고 받았다.
두 여자가 대낮부터 돌았군 할꺼다 한국같았으면....
혼자 힘으로 이 머나먼 곳에서 직장갖고 일하면서
억척스럽게 30대의 인생을 그려 나가고 있는 그녀.
자신이 뭘 그리려 하는지 선명한 청사진이 있기에
끊임없이 스스로를 밀어대다
아일랜드에 온 이후 처음으로 몇년만에 심하게 지난 일주일을
꼬박 앓아누워 핼쓱해진 얼굴로 나타난 그녀.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던지 간에 뚜렷한 목표가 있고
내가 잘할수 있는 일,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알고 길을 찾는 그녀는
어쩌면 그 인생의 문을 여는 키를 이미 손 안에 들고 있는것과
다름이 없다.
남은 일은
찾은 길을 한발 한발 잘 내딛어 예쁘게 발자국을 남기는 일.
그녀는 이미 한발을 내 딛었다.
그런 그녀에게 이 한잔의 맥주가 위로와 용기가 된다면
난 더할나위없이 기쁠것이다.
그녀의 펄펄 끓는 용기와 도전이 나에게도 좀 전염되어주길 바라며....
사진속의 동상 전설적인 인물 필립~~(아일랜드가수)은
오늘도 펍옆에 서서
차를 마실까?
파인트를 할까? 망설이는 우리같은 사람들에게
살짝 속삭인다.
니들이 맥주맛을 알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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