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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92 (From:89.101.101.34) |
2007-07-09 (조회수:21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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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If mum says no,ask grand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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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Jessi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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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가 아니면 여의치 않다고
몇 주전부터 전화로 독촉을 하는 매들린 때문에 장거리 운전 자신없는
마음을 겨우 달래 골웨이로 길을 나섰다.
날씨는 어찌 이리 변덕 스러운지…. 그 덕에 이 옷 저옷 마구 쑤셔 넣
다 보니 3박4일 일정에 가방 두개가 꽉 찼다.
7월이 되어도 올핸 유난스럽게 날이 차고 비가 잦다.
다들 허연 살들을 빛나는 구리빛으로
잘 구워보고자 햇살을 찾아 프랑스,스페인으로 휴가들을 간 덕에 거리
가 한산했다.
오랜만에 워터포드를 벗어나는 기분에 아이들도 나도 한껏 들떠
엄마 더 빨리~~
그래 어디 실컷 한번 밟아보자. 우리의 열망을 따라주지 못하는 나이
든 차는 숨을 꼴딱거이며 겨우겨우 쫓아오기 바빴다.
반 년만에 만난 매들린은 마지막으로 봤을때 보다 얼굴이 많이 상해
있었다. 심장도 안 좋고, 글루텐을 소화 못시키는 질병에
최근들어 디스크가 더 심해져 거동이 더 불편해서 그런다고 하는데
영 맘이 편치 않았다.
전에 없던 강아지 한마리가 아이들과 나를 반겨줬지만 이쁜건 둘째치 고 감당 안되는 털 때문에 온 집안에 허연 구름이 둥실 둥실 굴러다니
는 통에.....참.어쩔려고....
하루에 쓸어담는 털로 쿠션 두개는 만들고도 남는다고 푸념을 하지만
그 불평뒤에 감춰진 매들린의 외로웠을 시간들이 떠올라 마음이 짠했
다.
Wealth,Health and Happiness 신은 이 세가지 모두를 동시에 인간에
게 허락하지 않는다는데,,,,
이 조건들은 우리 모두가 지닌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서
세 가지를 다 가졌다고도,
아님 하나도 갖지 못했다고도 평가할수 있을 것이다.
객관적으론 아닐지라도 세상은 나를 축으로 회전하는 나만의 작은행
성이 아니던가. 우리 모두 나만의 궤도를 지닌 독자적인 별이기에
나 잘난맛에 사는 사람, 잘나 볼려고 애쓰는 사람 ,못났다고 발등찍는
사람등 모두들 자신의 궤도에 열중해 회전하고 있다.
매들린은 자신이 그럭저럭 건강만 빼고 다 가졌다고 할것이고
내가보는 그 녀는 3중에 뭐 하나 똑 떨어지게 가진게 없다고 할것이
다.
누구보다도 따뜻하고 큰 마음을 가진 그녀가 충분히 다 누릴 자격이
되는데도 다 갖지 못하는게 신의 권한 아닐까?
아이들은 신이 났다.
무조건 yes인 할머니를 얻었으니 엄마 보기를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뭘 로도 안본다.
뒷마당에서 다친 작은 새를 치료하고 수선을 떨며 둥지를 만들어주랴
강아지 쫓아다니며 귀챦게 하랴
간간히 엄마 한번씩 째려보랴
할머니 귓속에대고 냉장고안에 있는 아이스크림 먹어도 되는지 비밀
얘기하랴 참으로 바쁘다.
경고의 사인을 주긴했어도 묵인하는게 지금은 내가 할 일 인듯 싶다.
매들린집에 있는 스위스아가씨 제닌과 이태리총각 파울로
한지붕아래 다양한 국적의 사람이 한 자리에 앉아 같은 음식을 먹으
며 같은 상황을 보고 동시에 같이 웃는다.
매들린을 빼고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지만
신기하게도 인간은 겉포장지를 하나 벗기고 나면
모두 같은 색의 알맹이를 지녔다.
종교 언어 관습 인종 문화 이 모두는 포장지에 그려진 각기 다른 패턴
의 문양일뿐,포장지 안에 들어있는 따뜻한 알밤 같은 마음은
신기하게도 국적을 초월한다.
그 묘한 동질감이 주는 따스함은 인간관계를 맺는데 있어 영어를 잘
못한다고 주눅드는 소심함을 극복하게끔 해주는 좋은 자극제란 생각
이 든다.
오랜만에 아이들에게도 할머니의 무조건적인 포용과 사랑을 다시금
느끼게 해 줄수 있어서 뿌듯했다.
매들린 거실 소파에 작은 쿠션이 하나있다.
아들녀석이 내 코앞에 불쑥 내밀며 읽어보라한다.
빨간색 실로 예쁘게 글씨가 수 놓아져 있다
If mum says no, ask grand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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