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91  (From:89.101.109.237) 2007-06-15 (조회수:2027)
제목 : 속쓰린 세월의 속도
글쓴이 : Jessie   이메일


세월의 속도는 나이와 정비례한다.

10대시절엔 오늘 자고 일어나면 내일아침엔 아름다운 스무살의 아가

씨로 변신해있길 바랬었다.

영화 ‘Big’속의 톰 행스처럼…..지루해 보였던 중,고등학교 공부를 훌

쩍 뛰어넘어 바로 멋진대학생이 될수 있길

손 모아 기도하며 잠이 들었었다



20대엔 하루가 천년 ,만년처럼 지루하게 느꼈졋던 날이 부지기수였다.

걸핏하면 강의 빼먹고, 전공수업 아니라고 또 빼먹고,

오후 미팅은 꼭 나가면서 말이다.

건진 시간보다 버린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이제 정말 공부다운 공

부 좀 해봐야지 하니 손에 졸업장이 들려있었고, 이제 공분 됐고

밖에 나가 돈 벌으란다.



30대, 육아와의 전쟁 –이 한마디로 10년이 정리되는걸 보니 꽤나 힘들

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얼마 안 있음 마흔을 바라보는 이 시점에서

새삼스레 1초를 소중하게 여기며 치열하게 살고 있다고 말하기엔

양심이 허락하지 않으니,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게 분명하다.

또 한가지 분명하건 시간이 일주일에서 한달 단위로 휙 날아가 버리

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이가 먹을수록 가는 시간에 가속이 붙는다.

마켓에서 번들로 파는 스낵처럼 한 덩어리로 눈앞에서 사라져 버리

니, 한꺼번에 두 개의 이가 빠진듯

지나가 버린 그 자리가 크고 허망하다.



매일 애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또 데리고 오고

여러 장을 겹쳐도 크게 튀어나오는 선 없이 대충 들어맞는

그런 그림들처럼

비슷한 여러 날들이 한 덩어리 테트리스 게임 속 공이 되어 시간이라

는 블록을 때려 날려버린다.

나 자신만을 생각하고

또 가꾸고 다듬을 수 있는 이기적인 시간이 많지 않음을 잘 알기에

부쩍 겁이난다. 초조해 질때도 있다.

어린시절 내가 그렸던 중년의 모습에 나 자신이 비슷하게 나마 근접하

여 살아가고 있는걸까?

왜 사냐거든 그냥 웃지요 하며 민망한 웃음으로 화제를 바꾸기에 급급

하진 않은지….



바쁘면서도 능력있는 커리어 우먼으로 인정받는 여자,

돈도 잘벌어 남편 모르는 딴 주머니로 카드 긁는 재미도 쏠쏠한 아내,

아무리 피곤해도 5대 영양소로 꽉 짜여진 풍성한 식탁을 차리고,

밤이면 동화책 한권은

눈에 성냥개비를 꼽고 서라도 아이에게 읽어주는 그런 엄마….

뭐 이런 환상속의 내 모습에

지금의 나는 발 뒤꿈치도 못 따라가고 있다는 걸 인정 할려니

속 이 쓰리다.

그래서 가끔 나를 통해 아일랜드를 오는 젊은 학생들을 보면

참으로 부럽기 그지없다.



20대라는 숫자에서 오는 짜릿한 차가움에

싱글이라는 맛나는 쵸콜렛 시럽이 얹혀진 아이스크림 같은 20대는

차가운 그 순간이 가장 Enjoyable 한 그런 나이인 것 같다.

일단 녹기 시작하면

맛이고 뭐고 얼른 먹어 치워 버린다거나, 길거리 쓰레기통에 쳐 박히

기 일쑤이니까…




다들 알고 있지 않은가.

늦었다고 생각할때가 가장 빠를때라고…

지나가 버린 청춘만을 흠모하고 예찬하기엔

내가 꾸려가야 할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았고

현재의 나를 지탄만 하기엔 내가 가진 세월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

아마도 지난날을 잘 반성했으면

미래를 위해 전보다 더 열심히 노를 저으라고

세월에 가속이 붙나보다.




나이를 짐작하기 조차 어려운

저 사연 있음 직한 나무와

눈부신 햇살을 받으며 그 그늘 아래서 재잘거리는 젊은 저 청춘들…

남아 있는 시간과 그 미래는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값진 희망이다.




빛나고 있다. 고루 비치는 저 햇살에,

나이먹은 저 나무도

풋풋한 젊은 저 애들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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