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외국에 살면서 가장 겁나는 일중에 하나가 같은 "한국사람"을
만나는 일 임을 부인하고 싶지는 않다.
한국사람은 사촌이 땅을 사면 무조건 배가아픈게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관계로 남을 칭찬하는 데 보단 ,
모이면 누구를 도마위에 올리는데 더 열변을 토하는 탓에
행여나 허술하게 보일까
은근히 신경을 쓰게 된다. 그래서 만남이 피곤하고
어지간하면 다음을 기약하지 않는다.
물론 lovely한 사람도 많이 있다는 걸 빼먹으면 안되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한국사람보다 더 반가운건
아시안 슈퍼에 "냉동 갈치"가 들어왔다던가
박지성이 맹활약을 해 맨 유나이티드가 이겼다던가
뭐 이런 소소한 뉴스거리가 되겠다.
근데 몇일전 지역신문에 우리영화 "괴물"(The host)을 여기 워터포드
공대 강당에서 상영한다니 그냥 go for it! "괴물"이 아니라 괴물 할아버
지를 상영한데도 갈 판인데.....
제 3세계의 Alternative film들을 선정해 상영하는 비 영리단체인
waterford film for all 에서 주관하는 행사로 작년에는 Old boy 가 상영
되었다고 한다. 관객은 다해봐야 스무명 남짓.....
영화를 보러 온건지 먹으러 온건지 알수 없는 우리 일행은
알아들으려고 애를쓰지 않아도 농담과 욕의 뉘앙스까지
절절히 옴 몸으로 느낄수 있기에 무쟈게 편한 관람이었다.
한국엘 다녀온 사람들은 모두 한결같이
인천공항에 딱 도착하는 순간 숨이 턱 막히면서
나만 빼놓고 회색빛 도시와 차들과 사람들은 한 덩어리가 되어
빨리돌리기를 누른 영화 필름처럼 돌아간다고 한다.
다들 일주일이 지나면 편도가 붓는 목 감기를 앓고 온다고 하니.....
어찌됐든
이 영화속의 한국도 이 불만스런 푸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
에서 그 무채색 도시의 모습을 드러내 보여주었다. 스토리상 햇살가득
한 초록빛 대지의 모습이 등장할 필요도 없었지만....
서로에게 무채색으로 기억되기 보다
나를 좀더 살가운 색으로 떠올려 준다면
한번 된통 같은 나라 사람한테 데었던 상처가 있는
내가 아는 그 누구 누구들도
저 멀리서 들리는 한국말 소리에
얼굴부터 긴장되지는 않을텐데 말이다.
영화속의 저 생물체---괴물이라니 그리 믿어야 하겠고
나, 아니 우리 모두다 그 누구에게
괴물스런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믿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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